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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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누가 그랬다, 영국항공은 타지 말라고, 런던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29. 03:03
나라면 안타 십 년도 더 전에, 꽤 오랜 기간 영어회화학원을 다녔습니다. 오래 다닌 만큼 새롭게 오는 원어민 선생님도, 떠나는 원어민 선생님도 많이 마주쳤습니다. 그중 기억나는 한 원어민 선생님이 계십니다. 영국에서 오신, 영국 발음의 원어민 선생님이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전에 영국항공 승무원으로 일하셨습니다. 그때만 해도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 않았을 때라 영국항공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영국 항공은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선생님의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나라면 안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비로소 영국항공에 탈 기회가 생겼습니다. 비행기를 참 많이 탔음에도 지금까지 영국항공을 타지 않았던 건, 어쩌면 저 기억 저편에 남은 그때 그 선생님의 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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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런던 히드로 공항은 악명이 높다고 하던데, 런던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26. 01:32
유로 에어포트 바젤을 배후도시로 하는 공항은 유로 에어포트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조금은 신기한 공항인데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이지만, 실제로는 프랑스에 위치해 있고, 바젤 외에도 프랑스 뮐루즈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라는 대도시를 배후에 두고 있고, 공항 안에는 프랑스 구역과 스위스 구역이 있는 그런 신기한 공항입니다. 물론, 여행자 입장에서는 크게 의미는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 모두 솅겐 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로 에어포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향하게 됩니다. 유로 에어포트에는 유로 에어포트 스카이뷰 라운지가 있어서 PP카드로 입장을 할 수 있는데요, 크게 의미는 없었습니다. 영국은 솅겐 조약 가입국이기 때문에 이곳, 유로 에어포트에서 패스포트 컨트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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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스위스에 가봤다고 말할 수 있다, 바젤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22. 02:21
스트라스부르에서 강렬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바젤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섭니다. 바젤은 프랑스와 독일에 접한 스위스의 도시로,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를 타고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젤은 내륙지방에 위치해 있지만 신기하게도 해운이 발달한 도시입니다. 바로 라인강 덕분인데요, 바젤에서 라인강을 따라가다 보면 네덜란드의 노테르담을 거처 북해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여행자에게 이런 사실은 크게 의미는 없지만, 그럼에도 알프스의 험준한 이미지의 스위스에 화물선이 드나든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합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바젤로 향하는 기차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트라스부르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 기차가 가는 바젤이나 콜마르로 많이 향하기 때문입니다. 콜마르에서 사람들이 내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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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크리스마스 마켓의 수도, 스트라스부르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19. 00:47
Capital de Noël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닙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에서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의 영토이지만, 스트라스부르가 속한 알자스-로렌 지방은 예전부터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주인이 자주 바뀐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의 영토이지만, 독일 문화권의 영향이 강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5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중세시대부터 인쇄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 중 하나였고, 교통의 요지였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오고 가며 거쳐가는 도시였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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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 동네에는 콜마르 빵집이 있었다, 콜마르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16. 22:36
챗 지피티와 스튜디오 지브리 최근 챗 지피티(Chat GPT)를 이용해 미야자키 하야오 님의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으로 사진을 재생성해 주는 기능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지브리 스튜디오의 화풍이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어렸을 때 이웃집 토토로의 노래를 부르면서 자랐으니까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있습니다. 제게 이 애니메이션은 배경이 되는 동화 같은 분위기의 마을이 쏙 마음에 들었고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가 인상적이었지만, 오래 기억될 만큼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콜마르 브레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가 살던 동네 근처에 ‘콜마르 브레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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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맛보기 크리스마스 마켓,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8. 02:49
춥고 부족한 계절의 따스함 겨울은 춥고 부족한 계절이지만, 그런 겨울 중에서도 따뜻한 날을 하나 꼽아보자면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12월이 되고 거리 곳곳에 빨간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장식들과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오는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살을 에는 바람과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무색하게도 마음속 깊숙이 따스함이 올라옵니다. 기독교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유럽 국가들의 크리스마스는 과연 어떨까요.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유무형의 것들 중 하나를 뽑아보자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 소상인들이 나와서 그 지역의 특산품들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추운 날씨를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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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파리에서 맛보는 맛있는 식재료,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5. 01:34
미식의 도시, 파리 파리는 귀한 식재료를 구하기 쉬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가격이 착한 건 아니지만, 미식이 발달된 나라인만큼 좋은 식재료들이 모이고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미국과 비교해 보자면, 뉴욕 같은 경우는 부자들이 많고 미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지만, 제가 사는 텍사스의 경우에는 한번 먹어보고 싶어도 구하기가 힘들어 먹지 못하는 식재료가 꽤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까라비네로 새우를 그렇게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텍사스에서 구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어렵더라고요. 미식이라는 건 너무나 어렵고 미묘한 세계이지만, 그래도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좁은 세상이 되어버리는 게 미식이기에, 파리에 온 김에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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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파리는 에펠탑으로 통한다,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1. 03:45
새로운 시대의 개막 파리라는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수많은 유산들을 품고 있습니다. 수많은 미술작품과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여전히 1800년도 후반의 벨 에포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거리와 더불어, 중요한 순간마다 건축사의 흐름을 바꾼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파리의 에펠탑은 건축사적 흐름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 중요한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에펠탑이 지어졌을 때 건축가였던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을 제외한 모든 파리의 시민들이 에펠탑을 보고 욕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에펠탑 주위의 모든 건물들이 180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유독 에펠탑만 철골구조물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에펠탑을 본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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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센강 위에서의 식사,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27. 00:34
탈 것. 저는 탈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비행기를 시작으로, 기차를 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좋아하고 아무 생각 없이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도 좋아합니다. 탈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편안하면서 다채롭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가만히 있어도 옆의 풍경은 계속 바뀐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비행기를 탈 때도 거의 창가에 앉는 편이고, 밖이 어두운 밤 비행의 경우 잘 때를 제외하면 창문을 잘 닫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요. 물론 탈 것에 배도 빠지지는 않습니다. 이동수단으로써의 배를 탈 기회는 많지는 않지만 유람선이라던지, 도심 강을 지르는 크루즈와 같이 관광으로써의 배는 여행을 가면 자주 타는 편입니다. 그리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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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겨울이 누가 비수기래,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24. 02:15
겨울 파리는 비수기? 겨울은 파리 여행에서 흔히 비수기로 여겨지곤 합니다. 겨울 파리의 날씨는 여름과는 다릅니다. 한국의 겨울처럼 영하의 날씨가 지속된다거나 살을 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옷의 방한성능을 무력화시키면서 몸 안까지 한기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 그런 종류의 추위가 계속됩니다. 물론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이 많은 건 덤이고요. 파리에서 거주하는 한 지인의 코멘트가 파리의 겨울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아무리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어도 춥다고요. 이런 날씨 덕분에 파리의 겨울은 흔히 관광 비수기로 통합니다. 물론 유럽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은 캐나다나 미국의 겨울방학은 한국과는 달리 매우 짧기 때문에, 북미지역의 관광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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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와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20. 00:15
와알못 저는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기껏 해봐야 5~6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기간 동안 매일 와인만 마셨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좋은 와인을 마셨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끽해봐야 한 병에 $10~$15 정도 하는 싼 와인을 주로 마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와인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얘는 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 노파심 때문입니다. 즉, 저는 와인을 마시긴 하지만 그냥 싸구려 와인정도를 즐기는 와알못입니다.와인은 절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로 즐기는 다른 술들, 보드카, 진, 테킬라, 위스키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와인은 확실히 가성비가 나오는 술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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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놈의 북유럽 디자인, 헬싱키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7. 01:14
북유럽 디자인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돼버렸습니다. 저 또한 과거에는 인테리어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따로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북유럽 디자인이라 불리는 디자인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북유럽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는 만큼 다양한 정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이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블랙 앤 화이트 톤의 깔끔한 디자인이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북유럽 디자인을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그렇다고 비어있지는 않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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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겨울나라의 수도, 헬싱키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3. 01:14
핀란드는 겨울나라, 헬싱키는 겨울나라의 수도 겨울로 유명한 다른 나라들도 많지만, 핀란드는 그 나라들 중에서도 바로 겨울이 떠오를 정도로 겨울 그 자체인 나라인 느낌입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로 잘 포지셔닝된 이미지 덕분일 수도 있고, 끝없이 내리는 눈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이유들에 더해 제가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밤의 길이입니다. 핀란드 영토의 상당 부분은 북극권 안에 들어가 있고, 그중의 많은 마을들은 겨울 내내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을 겪습니다. 이 극야현상을 겪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7개 나라로 많지 않습니다. 핀란드는 그중 하나고요. (다른 6개 나라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입니다.) 해가 뜨지 않는 긴 밤,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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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헬싱키에서 캐리어 끌기, 헬싱키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0. 03:47
캐리어를 끌 것인가, 택시를 탈 것인가.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캐리어를 끌고 호텔까지 갈 것이냐, 아니면 택시를 탈 것이냐입니다. 특히 이 고민은 오래된 도시로 여행을 할 때 더 깊어집니다. 대부분의 인프라가 현대에 지어진 한국과는 달리, 유럽의 도시들은 중세, 혹은 그 이전부터 있었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인도가 좁은 곳도, 가는 길이 너무 꼬불꼬불한 경우도, 경사가 너무 급한 경우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도가 돌로 마감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캐리어 끌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겨울에 헬싱키로 여행하는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좁은 인도와 언덕도 쉽지 않지만 겨울 헬싱키에는 눈이 많이 오거든요. 여기에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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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허스키는 달리고 싶다, 사리셀카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6. 02:07
예상치 못한 즐거움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입니다. 계획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즐거움일 수도 있고, 계획을 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즐거움일 수도 있습니다. 오로라가 메인 테마였던 여행에 비록 오로라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꽤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오로라 관광지에 가면 오로라를 보는 건 이외의 액티비티는 한정적입니다. 주로 겨울 눈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순록이나 허스키 썰매를 타거나, 먹이를 주거나, 스노우 모빌을 타고 눈밭을 달린다거나, 눈 덮인 야외에서 뭔가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액티비티를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예전의 캐나다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