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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겨울나라의 수도, 헬싱키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3. 01:14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9 겨울나라의 수도, 헬싱키 핀란드는 겨울나라, 헬싱키는 겨울나라의 수도
겨울로 유명한 다른 나라들도 많지만, 핀란드는 그 나라들 중에서도 바로 겨울이 떠오를 정도로 겨울 그 자체인 나라인 느낌입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로 잘 포지셔닝된 이미지 덕분일 수도 있고, 끝없이 내리는 눈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이유들에 더해 제가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밤의 길이입니다. 핀란드 영토의 상당 부분은 북극권 안에 들어가 있고, 그중의 많은 마을들은 겨울 내내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을 겪습니다. 이 극야현상을 겪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7개 나라로 많지 않습니다. 핀란드는 그중 하나고요. (다른 6개 나라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입니다.) 해가 뜨지 않는 긴 밤, 끝없이 내리는 눈, 그리고 산타클로스까지. 핀란드라는 나라를 겨울 그 자체라고 말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헬싱키는 핀란드의 다른 지역에 비하면 매우 남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위 60도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대륙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당장 한국만 해도 38도 이남에 위치하고 있고, 겨울로 유명한 삿포로도 겨우 43도 정도입니다.) 덕분에 헬싱키도 겨울에는 9시가 넘어서 해가 뜨고 3시가 지나면 해가 질 정도로 낮이 짧아지기도 합니다. 이정도면 겨울나라의 수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헬싱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거리 곳곳에 반짝이는 트리와 장식들이었습니다. 제가 헬싱키를 방문한 시기는 11월 말로 아직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도 시작되지 않았던 때였지만 (실제로 헬싱키 대성당 앞에 막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충분히 겨울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스톡만 백화점에서 헬싱키 마켓광장으로 이어지는 길과 헬싱키 역 부근은 그야말로 부족한 햇빛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밝은 수준이었습니다. 아마도 짧은 낮 시간과 긴 밤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 장식을 설치하면 오후 네시부터 꽤 오랜 시간 불을 켤 수 있기에 충분히 장식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이렇게나마 짧은 낮의 아쉬움을 달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스톡만에서 만나는 크리스마스
로바니에미에는 산타 클로스 마을이 있다면 의외로 헬싱키에서는 스톡만 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일단 외벽 전체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Ylioppilastalo 정류장 근처에서는 스톡만 백화점에서 꾸민 크리스마스 테마의 움직이는 인형들과 장식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헬싱키 시민들은 이 장식을 보고서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걸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톡만 백화점 6층에는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팝업스토어가 생깁니다. 이 곳에는 수천 가지의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헬싱키에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짐이 더 많았다면 물건들을 더 사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의 크리스마스 캐럴
이런 크리스마스 느낌의 느낌표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였습니다. 암석을 파고 그곳에 세운 교회. 혹자는 이 교회를 디자인 한 수오말레이넨 형제 중 동생이 핀란드 국방성에 근무했었고, 그 때문에 지하요새에 익숙했기에 이런 교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은 이 생각과 비슷할수도, 약간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추운 지역에서 바닥을 파서 그곳에 몸을 숨기면 약간의 지열과 더불어 바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이런 방식을 활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의 내부로 들어갔을 때 처음 들었던 느낌은 딱, 겨울 추위를 피해 땅 아래로 몸을 숨긴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건물을 디자인한 수오말레이넨 형제가, 추운 지방에서 익숙한 땅을 파는 ‘지하’라는 개념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만 할 뿐입니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를 둘러보던 중 그날 오후에 이곳에서 작은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한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뒤, 그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보기 위해 다시 한번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를 찾았습니다. 콘서트 시작 40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교회는 만석이었고, 자리를 찾다가 인상이 좋으신 노부부께서 간격을 좁히시며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엄청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아니었고, 프로들의 공연이라기 보단, 준프로 정도의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취미로 하시는 합창단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겨울의 수도인 헬싱키의 이 겨울의 추위를 피해 들어온 템펠리아우키오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니. 겨울나라의 수도, 헬싱키 여행으로 이보다 안성맞춤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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