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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허스키는 달리고 싶다, 사리셀카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6. 02:07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7 허스키는 달리고 싶다, 사리셀카 예상치 못한 즐거움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입니다. 계획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즐거움일 수도 있고, 계획을 했지만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즐거움일 수도 있습니다. 오로라가 메인 테마였던 여행에 비록 오로라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꽤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오로라 관광지에 가면 오로라를 보는 건 이외의 액티비티는 한정적입니다. 주로 겨울 눈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순록이나 허스키 썰매를 타거나, 먹이를 주거나, 스노우 모빌을 타고 눈밭을 달린다거나, 눈 덮인 야외에서 뭔가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액티비티를 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예전의 캐나다 생활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길지 않은 반년 간의 생활이었지만, 겨울 캐나다 시골에서 생활하게 되면 아무래도 겨울 액티비티들은 많이 시도해 보게 되니까요. 허스키들을 많이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해보지 않은 액티비티였기에 허스키 썰매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순록이 아니라 허스키를 골랐던 건, 오로라 투어를 해본 친구가 순록보다는 허스키 썰매가 재밌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콜리’라는 이름의 허스키
어릴 적, 옆집에 사는 이웃이 콜리라는 이름의 허스키를 키웠습니다. 그 집은 2층 집이었는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콜리 집을 지어놓고 그 곳에서 콜리를 키웠습니다. 저는 집에 갈 때 꼭 콜리 집 앞을 거쳐갔는데 콜리 집 앞에 울타리가 있어서 그나마 오며 가며 콜리와 인사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다행히 콜리도 붙임성이 좋아 저를 늘 반갑게 맞아주었고요. 가끔은 주인과 산책하는 콜리를 볼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콜리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콜리는 실내에서 지내는 다른 대형견보다 상대적으로 더 넓은 곳에서 생활했음에도, 아마도 콜리는 자신의 작은 집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맘껏 걸을 때가 더 행복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썰매를 끌어줬던 허스키들 허스키 썰매 액티비티는 1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그 1시간동안 6마리의 허스키는 거의 쉬지도 않고 쉴 새 없이 눈밭을 달렸습니다. 처음에는 핀란드 북부의 눈 덮인 침엽수림 사이로 달려 나가는 느낌이 너무 좋았지만 썰매를 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은 허스키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저렇게 계속 썰매를 끌어도 되나 하고 말이죠. 허스키들은 분명하게 들릴 정도로 헥헥거리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목이 마르면 네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도 옆에 쌓인 눈을 먹어가며 꿋꿋하게 썰매를 끌었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나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 저는 인솔자의 안내에 맞춰 썰매를 멈췄습니다. 그리곤 허스키들이 걱정되어 허스키들을 바라봤는데, 이 친구들은 마치 ‘안 가? 빨리 가자!’ 하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허스키들은 썰매를 내려놓고도 여전히 더 뛰고 싶은 눈치였습니다. 썰매를 끄는 대신 가까이 다가가 토닥여주니 하직 힘이 남았다는 듯 힘차게 몸을 비벼 되기 시작했고요.
허스키는 달리고 싶다
허스키 썰매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북유럽의 눈덮인 하얀 들판을, 기계 소음 없이 썰매가 눈에 끌리는 삭삭거리는 소리, 이따끔씩 들리는 허스키의 헥헥거리는 소리, 그리고 바람이 귀를 스쳐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속도감. 왜 순록보다는 허스키가 재밌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또 한가지, 허스키들은 이렇게 눈 덮인 들판에서 맘껏 뛰놀면서 지내야 하는 견종이라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나름 넓은 집에서 지내던 콜리도 자기 집보다는 산책 때 경험하는 넓은 세상을 좋아했던 것처럼, 아마 허스키는 눈 덮힌 넓은 들판에서 신나게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요.
허스키 집의 허스키들과 태어난지 4달 된 허스키들 신나게 눈밭 사이로 썰매를 끌던 허스키. 이번 여행 중에 오로라를 보지 못한 제 마음을 달래줬던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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