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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로라여 내게로 오라, 사리셀카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 02:18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6 오로라여 내게로 오라, 사리셀카 오로라를 볼 확률, 95% 이상
핀란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본 아주 옅은 오로라 언젠가 태양의 활동이 2025년 상반기까지 최고조에 달한 후 이후부터 태양 활동이 약해지는 극소기에 접어든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오로라는 태양풍으로 인해서 생기는 만큼 태양활동이 강할 때 관측이 많기 되기에, 지금이 딱 오로라를 보기에 좋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 초성수기는 아니지만 충분힌 성수기인 11월 말, 태양 활동이 가장 활발한 극대기, 3일 이상 머무르면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는 확률이 95% 이상이라는 핀란드 라플랜드 지방까지. 여행을 계획하던 그 순간부터 라플랜드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오로라를 본다는 건 가능성이 아닌 확실한 명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더욱이 핀란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조차 오로라를 봤으니 오로라 여행의 시작으로는 더 이상 이상적일 수 없었습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운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는 순전히 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자신의 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오로라 예보를 보는 겁니다. 가장 유명한 오로라 예보로는 미국 해양대기청 NOAA에서 볼 수 있는 예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미국 기관인 만큼 북유럽 지역의 예보보다는 알래스카 지역의 예보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https://www.swpc.noaa.gov/communities/aurora-dashboard-experimental) 다음으로는 알라스카 대학교 페어벵크스의 예보가 있습니다. 알라스카 대학교의 오로라 예보는 NOAA의 예보보다는 조금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예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gi.alaska.edu/monitors/aurora-forecast) 다음으로는 핀란드 우주 기상센터에서 발표하는 예보가 있습니다. 이 예보는 오로지 핀란드만 커버하고 있는 대신, 핀란드의 각 지역의 주요 도시별로 예보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https://rwc-finland.fmi.fi/index.php/space-weather-in-finland/) 저는 아무래도 핀란드 라피 지역에 있었기에 핀란드 우주 기상센터의 예보를 가장 많이 확인했습니다. 이 예보들의 단점은 초단기 예보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30분, 최대 1~2시간 정도의 예보만 해주기에, 사실 당일 저녁은 되어야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있습니다.
예보가 아닌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로라 웹캠을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Aurora Webcams 웹사이트에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오로라 관측을 위한 실시간 동영상들을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aurorawebcams.com/) 가장 편리한 방법은 앱을 사용하는 겁니다. My Aurora Forecast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오로라 예보뿐만 아니라 오로라 웹캠, 현재 오로라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현재 위치에서 오로라가 탐지되면 알람을 울려주는 기능도 있어 많은 분들이 수면 중에 이 알람을 통해 오로라를 보곤 합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jrustonapps.myauroraforecast&hl=ko, https://apps.apple.com/kr/app/my-aurora-forecast/id1073082439) 하지만, 그 어떤 오로라 예보를 보던지 결국은 오로라를 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운입니다.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의 강도를 가진 오로라가 발생해야 하고, 하늘에 구름이 없어야 더 관측이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5%가 일어났습니다
오로라 대신 눈보라 사리셀카 위에만 떠 있는 구름 핀란드에서의 첫 밤은 로바니에미에서 보냈습니다. 로바니에미도 오로라를 충분히 관측할 수 있는 위도이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로바니에미에서 오로라를 관측하곤 합니다. 하지만 첫 밤은 오로라 없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북쪽에 위치한 사리셀카로 향할 테니까요. 사리셀카에 도착하자 불길하게 구름이 몰려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핀란드에서 두 번째 밤은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약 강도 2~3 정도의 오로라가 발생했다지만, 자욱한 눈보라와 구름 때문에 보일리가 없습니다. 이제 슬슬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셋째 날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그날 저녁도 흐림, 그다음 날 저녁도 흐림입니다. 아무리 라피 지역에서 오로라 관측 확률이 높다지만 이런 날씨에서는 오로라는커녕 오로라 할아버지도 안 보일 판입니다. 셋째 날 밤. 오로라 사파리를 갔지만,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눈보라가 치는 와중에 스노모빌 뒤의 썰매에 매달려 고아티를 다녀오느라 방한복을 입었는데도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넷째 날 아침. 마지막 밤을 앞두고 이제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그날 저녁의 구름이 아주 짙지는 않다기에 조금은 기대를 해봅니다. 넷째 날 밤. 낮에는 아주 옅었던 구름이 밤이 돼 가면서 구름이 조금 더 짙어집니다. 이제는 카메라에 비치는 반사광이, 노이즈가 오로라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눈보라는 치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구름이 사리셀카 위에만 있습니다. 저 끝에 구름의 끝이 보이는데 구름의 끝이 절대 가까워지지는 않습니다. 오로라가 충분히 강했다면 구름을 뚫고 볼 수 있을 정도였지만 끝내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리셀카를 떠나는 다섯째 날 아침.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하늘이 맑은 가운데 해가 뜹니다. 돌이켜보니 핀란드에 와서 처음 일출을 본 날이 바로 다섯째 날 아침이었습니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5% 이상이었는데, 굳이 그 5%의 가능성을 이루어냅니다.
확률은 확률일 뿐
떠나는 날의 일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가 사리셀카를 떠난 그날. 사리셀카의 밤하늘에는 오로라가 넘실거렸습니다. 제가 라피 지역에 도착하기 전날도, 떠난 다음날도 오로라가 있었지만, 제가 라피 지역에 있던 딱 그 4일 동안은 오로라도 희미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오로라가 보이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확률들을 계산해 가며 내게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행동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확률을 고르더라도 결국 확률은 확률일 뿐이라 때로는 1%의 가능성이 우리에게 찾아오곤 합니다. 여행에서도 불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하고 예약하고 준비해서 가지만, 때때로 계획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고 우왕좌왕하기도 하고요. 또 그 와중에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아가기도 합니다. 오로라 여행에서 오로라는 없었지만, 20시간이 넘는 밤 시간 동안 오로라를 기다리며 동행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고요, 다음에 다시 한번 더 북유럽을 방문하기 위한 핑계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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