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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라피지역과 사미인, 사리셀카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2. 15. 04:06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4 라피지역과 사미인, 사리셀카

     

     

    라피 지역의 토착민, 사미인


    사리셀카에는 ‘사미족’이라 불리는 토착민이 살아갑니다. 이 사미족은 핀란드 라플랜드 지역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라피지역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와 스웨덴일 포함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부 전반과 러시아 백해 지역까지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민족입니다. 라플랜드 지역은 언뜻 보면 아주 북쪽에 위치하고 기후도 척박해 과연 과거에 누가 이곳에 관심이나 두었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근대기에서 현대기로 넘어오면서 이런저런 전쟁이 있었던 장소였기도 합니다. 격변의 시간을 겪으면서 과거 국가에 얽매이지 않고 유목생활을 했던 사미인들은 새로 생긴 국경선에 가로막혀서, 또한 콜라 반도  지역의 사미인들은 강제 이주되면서 더 이상 자유로운 유목생활을 할 수 없게 되기도 했고요. 라피 지역에 가장 많은 사미족이 사는 만큼 사리셀카 지역에도 많은 사미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리셀카 지역에서 액티비티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바로 사미인입니다. 액티비티를 하며 이 사미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고 참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눈에 빠져버린 스노모빌



    제가 했던 액티비티 중 오로라 캠프파이어 사파리 라는 액티비티가 있었습니다. 스노모빌에 매달린 나무 썰매를 타고 숲 속 어딘가에 있는 사미인들의 전통가옥인 고아티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따뜻한 차를 마신 후에 다시 돌아오는 액티비티였는데요, 이 액티비티를 하며 여러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스노모빌이 약간의 언덕을 마주하면 썰매를 끌고 나가지 못하고 자꾸 헛바퀴를 도는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나무 썰매에 탄 저를 포함해 4명 정도가 내려서 썰매를 미는 일이 두세 번 있었습니다. 다른 눈이 많이 오는 지역도 그렇겠지만, 라피 지역에는 스노모빌이나 컨트리 스키를 탈 수 있는 전용 길이 겨울에 생기곤 합니다. 따라서 이 길을 따라갈 때 스노모빌이 헛바퀴를 도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액티비티를 담당했던 한 사미인이 말하길 예전과는 달리 눈이 오는 시기도 많이 늦어졌고,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오지 않아, 해당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 눈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아 자꾸 헛바퀴를 도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관광 목적으로 살면서 한두 번 라피 지역에 방문하는 관광객인 제겐 온통 눈이 쌓인 모습을 두고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는 말이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그러면서도 매년 엄청난 눈 위에서 살아가는 라피인들은 분명 날씨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사는 텍사스의 날씨도 점점 거칠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한겨울에도 어떤 날은 30도가 넘게 올라갔다가 며칠 뒤에는 0도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예전과는 달리 비가 내리는 날도 많아지기도 하고요. 도시에 사는 저도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미인들에게는 어쩌면 기후 변화가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서쪽으로 45km 더, 러시아

     

    이나리 지역을 지도에서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이 지역은 러시아와 아주 가깝게 위치한 지역입니다. 사리셀카에서 서쪽으로 대략 45km 떨어진 곳에 핀란드와 러시아의 국경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러시아.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나라는 사실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복잡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 국가로부터 불과 50km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졌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그리고 러시아에 거주하는 사미인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프리카에는 서구 열강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려놓은 국경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인데요, 비슷한 상황이 선진국이라 불리는 이 북유럽에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사미인들의 전통 가옥인 고아티

     

     

    라피 지역의 불여우

     

    라플랜드 지방이 오로라로 유명한 만큼, 사미인들에게도 오로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핀란드에는 오로라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요, 그중 불여우와 관련된 이야기가 사미인들에게서 나온 이야기라고 가이드가 말해줬습니다. 레번툴레(Revontulet)는 핀란드 신화에서 유래된 말로, 불여우를 뜻합니다. 과거 사미인(핀란드인)은 신화 속 동물인 불여우가 오로라를 일으키는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불여우가 빠르게 달리면 불여우의 꼬리가 산을 쓸면서 쌓여있는 눈을 흩날리게 하게 되는데 이때 흩날리는 눈이 달빛에 빛나서 오로라가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오래된 만큼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불여우가 빠르게 달리며 꼬리로 땅을 쓸면서 생긴 불꽃이 하늘로 올라가 생기는 게 오로라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눈이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오로라가 겨울에 생긴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그럴듯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버전의 이야기에도 이 불여우는 빠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그만큼 사미인들에게 이 불여우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또한 불여우는 사미인들에게 영험한 존재인 만큼, 불여우를 잡으면 큰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거나 불여우가 일으키는 오로라를 영혼의 불길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카우니스파(Kaunispää) 산 정상의 기념품 점에서는 이 불여우와 관련된 이야기책도 찾아볼 수 있었으니, 확실히 사미인들에게 오로라와 불여우의 존재는 단순한 신화,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오로라와 불여우 일러스트가 들어간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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