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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그놈의 북유럽 디자인, 헬싱키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17. 01:14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0 그놈의 북유럽 디자인, 헬싱키

     

     

    북유럽 디자인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돼버렸습니다. 저 또한 과거에는 인테리어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따로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북유럽 디자인이라 불리는 디자인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북유럽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는 만큼 다양한 정의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니멀리즘이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블랙 앤 화이트 톤의 깔끔한 디자인이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저는 북유럽 디자인을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그렇다고 비어있지는 않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디자인’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디자인이나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한 건 아니지만요.

    한국에 본격적으로 북유럽 디자인이 소개된 건 2000년대 후반의 일이지만, 사실 북유럽 디자인은 이제 거의 100년이 되어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100년 전, 북유럽 디자인이 막 태동할 때의 소품들을 지금 봐도 촌스럽다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한 세기가 되도록 올드해지지 않고 여전히 세련됨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기도 합니다. 최대한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기능의 본질에 충실한 부분만 남겨 어떤 사람도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도, 단순히 모든 시각적인 요소를 제거한 심플함이 아닌, 때로는 절제된 화려함도 남겨 세월의 흐름을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북유럽 디자인은 제게 어떻게 보면 동경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마리메꼬

     

     

    핀란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 하우스 중 하나는 바로 마리메꼬입니다. 단순히 B&W의 심플함이 북유럽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마리메꼬는 북유럽 디자인과는 결이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마리메꼬 또한 북유럽 디자인의 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 디자인 하우스입니다. 북유럽 디자인 유산 속에서도 화려함과 대담함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바로 마리메꼬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디자인의 절제된 꽃 모양과 제한된 컬러의 사용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과감한 컬러를 사용했지만, 약간은 절제된, 톤 다운된 컬러를 사용하면서도 결이 비슷한 컬러를 함께 사용해 변화를 주었고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꽃 모양이 그 지루함을 날려주는 느낌입니다. 형태적으로는 군더더기를 빼고 기능에 충실한 단순함이 마리메꼬가 왜 북유럽 디자인에 속하는지 알려주고 있고요. 마리메꼬 디자인 하우스의 매장은 말 그대로 핀란드와 헬싱키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스톡만에 입점해 있는 마리메꼬 매장에 다녀왔는데요, 마리메꼬 식기들의 모양만큼이나 단정하게 정리된 매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눈 사이에서 피는 야생화가 이런 느낌일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날씨가 풀리면 핀란드 전역에서는 야생화들을 손쉽게 볼 수 있기도 하고요.

     

    무민

     

     

    핀란드 하면 무민 또한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무민은 핀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이 무민 캐릭터는 실제로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1940년대에 처음으로 무민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벌써 80년이 넘은 캐릭터입니다. 시간을 거쳐오며 약간의 수정은 있었지만 여전히 비슷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북유럽 디자인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흰색에 검은색 선으로 심플하게 그려진 무민은 그 자체만으로도 북유럽 디자인의 느낌이 나지만 핀란드 사람들이 무민 캐릭터를 여러 제품에 어떻게 적용시키는지를 보면 핀란드에서 북유럽 디자인이 어떤 느낌인지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100년의 세월

     

     

    이 외에도 핀란드의 가구 매장에서는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많은 가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가구들은 다 영감이 된 오리지널 북유럽 디자인의 가구가 있기 마련인데, 태초의 그 가구의 디자인과 현재 가구 매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구의 디자인을 비교해 보면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1세기 전 이런 디자인을 만들어 낸 것도 대단하지만, 여전히 그 정신을 살리면서도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서 가구를 디자인해 나가는 현대 북유럽 사람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또한 인테리어나 소품 상점들을 보면 의외로 과감한 컬러가 많이 사용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B&W 스타일을 북유럽 디자인이라고 인식하는 건 어쩌면, 마치 한 겨울, 눈에 뒤덮인 핀란드 같은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은 그 흰 도화지에 최대한 절제된 과감함으로 디자인 요소를 덧붙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 거죠. 때문에 단지 핀란드를 눈 덮힌 나라라고 인식하면 실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북유럽 디자인을 B&W 스타일로 한정시키는 것도, 북유럽 디자인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온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놈의 북유럽 디자인.

     

     

    그놈의 북유럽 디자인. 제가 많이 언급하는 단어인데요, 이제는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그 속에 담긴 북유럽 사람들의 지혜와 생활양식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북유럽 디자인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사는 미국에서는 북유럽 디자인과 정 반대의 결인 맥시멈을 추구하는 문화이기에, 어쩌면 북유럽 디자인과 그 안에 담긴 철학이 더 그리운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뭔가를 더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버리고 빼는 게 더 어렵다고 믿기에, 한 세대에 걸쳐서 덜어냄의 미학을 발전시켜 온 북유럽 디자인은 풍족함에 익숙한 현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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