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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겨울이 누가 비수기래, 파리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24. 02:15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2 겨울이 누가 비수기래, 파리

     

     

    겨울 파리는 비수기?

     

    겨울은 파리 여행에서 흔히 비수기로 여겨지곤 합니다. 겨울 파리의 날씨는 여름과는 다릅니다. 한국의 겨울처럼 영하의 날씨가 지속된다거나 살을 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옷의 방한성능을 무력화시키면서 몸 안까지 한기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 그런 종류의 추위가 계속됩니다. 물론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이 많은 건 덤이고요. 파리에서 거주하는 한 지인의 코멘트가 파리의 겨울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파리에서 아무리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어도 춥다고요. 이런 날씨 덕분에 파리의 겨울은 흔히 관광 비수기로 통합니다. 물론 유럽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은 캐나다나 미국의 겨울방학은 한국과는 달리 매우 짧기 때문에, 북미지역의 관광객이 줄어드는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흐리고 추운 날씨는 분명 파리를 비수기로 만든 큰 요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겨울 파리는 여행하기 좋은 시즌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바로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말이죠. 저는 여행을 하며 파리에서 보낸 시간이 대략 한달 정도 되는데, 그 모든 시간이 바로 겨울이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유럽을 여름에 방문한 적은 없습니다. 날씨가 좋고 여행하기 좋은 시즌이 여름이라는 건 알지만, 날씨가 좋은 데서 오는 장점보다는 사람이 많은 데서 오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한적한 겨울 파리

     

    오전에 한적한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겨울의 파리는 한적합니다. 물론 그 한적하다는 수준은 여름 성수기와 비교한 상대적인 의미이지만, 그럼에도 파리라는 도시를 쾌적하게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정도입니다. 물론, 파리라는 도시의 특성 상 모든 관광지를 예약이나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무리 길어도 1시간 이상의 대기줄이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번 파리 방문에서 대기줄이 너무 길어 방문하지 못한 곳은 생트샤펠밖에 없었습니다. 생트샤펠도 방문 계획이 없었는데 예약 없이 즉흥적으로 가본 것이니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면 아마 많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도 오전 개관시간에 맞춰 가면 대기줄 거의 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름의 파리에서는 만날 수 없는 한적함이죠.

     

     

    화려한 겨울 파리

     

    화려한 겨울 파리의 거리

     

    겨울의 파리는 화려합니다. 파리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화려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겨울의 파리는 그 어떤 계절과는 다른 수준의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파리의 주요 백화점들은 겨울이 되면 각각의 개성에 따라 백화점 내부와 외부를 화려하게 꾸밉니다. 샹젤리제 거리와 에펠탑이 있는 파리 7구의 거리들을 비롯해 여러 파리의 거리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한껏 꾸민 모습을 뽑냅니다. 특히나 밤이 되어 이 모든 장식들에 불이 들어오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몇 년 전의 파리 여행 때는 개선문 앞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에 갔었는데요, 뉴욕 타임스퀘어의 볼드롭에 비하면 아침 일찍부터 가지 않아도 되면서 새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나지막한 건물들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리지만, 파리의 겨울만큼은 그 어떤 도시보다도 화려합니다.

     

     

    따뜻한 겨울 파리

     

    파리 크리스마스 마켓의 뱅쇼

     

    겨울의 파리는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울 때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먹는걸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겨울에 컵라면을 굳이 밖에 가지고 나가서 먹은 적도 있을 정도로요. 겨울의 파리는 춥지만, 대신 크리스마스 마켓의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11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튈르리 정원을 비롯해 라데팡스나 몽마르트 등 파리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립니다. 겨울바람에 손과 몸이 차가워졌을 때 마시는 따뜻한 뱅쇼 한잔은 마치 파리의 겨울이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따뜻한 뱅쇼(Vin Chaud) 한잔 후에는 고소한 감자와 기름진 베이컨 그리고 꾸덕한 치즈가 만난 라 트뤼파드(La truffade)와 어니언 수프를 먹고 마무리로 츄러스를 먹고 나면 한겨울에도 호텔까지 걸어가기에 충분한 온기와 열량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겨울의 파리는 한적하고도 화려하면서도 따뜻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날이 흐리고 추운 계절이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날씨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그 요소가 제게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제가 파리를 방문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미술관 방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춥고 흐리고 눈이오고 비가 오더라도 미술관 실내는 아주 쾌적하다 보니 날씨가 흐려도 겨울이니 그러려니 넘어가게 되거든요. 파리를 겨울에만 방문한 덕분에 저는 파리 미술관은 원 없이 돌아봤지만, 날씨가 좋아야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베르사유 정원에서는 큰 감흥이 없었기도 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모네가 작품활동을 했던 지베르니는 아예 방문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겨울 파리에 방문하는 걸 아주 좋아하지만 한 번쯤은 여름에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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