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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파리는 에펠탑으로 통한다, 파리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1. 03:45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4 파리는 에펠탑으로 통한다, 파리

     

     

    새로운 시대의 개막

     

     

    파리 중심부에서 눈에 띄게 높은 에펠탑, image courtesy of Google Earth

     

    파리라는 도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수많은 유산들을 품고 있습니다. 수많은 미술작품과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여전히 1800년도 후반의 벨 에포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거리와 더불어, 중요한 순간마다 건축사의 흐름을 바꾼 건물들로 가득합니다. 파리의 에펠탑은 건축사적 흐름에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린 중요한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에펠탑이 지어졌을 때 건축가였던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을 제외한 모든 파리의 시민들이 에펠탑을 보고 욕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에펠탑 주위의 모든 건물들이 1800년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유독 에펠탑만 철골구조물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에펠탑을 본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에펠탑이 지어지기 시작하던 188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에 있는 워싱턴 모뉴먼트로 높이는 169m였습니다. 에펠탑은 완공되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타이틀을 워싱턴 모뉴먼트에서 뺏어왔는데요, 에펠탑의 높이는 약 300m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건물의 높이가 한순간에 무려 100m가 넘게 올라간 건데요, 이런 급격한 높이의 증가가 어쩌면 당시 사람들에게 더 두려움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에펠탑은 파리 여행 어디에나

     

    라파예트 백화점 옥상에서 마주친 에펠탑

     

    파리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한눈에 담기는 나즈막한 건물들입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건설된 몇 개의 높은 빌딩들이 있지만 특히 파리의 중앙구인 1~4구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높은 건물들은 더 손에 꼽히는 정도고요. 하지만 그 어떤 고층 건물도 에펠탑보다 높지는 않습니다. 이만큼 에펠탑의 높이는 파리에서 독보적입니다. 때문에 에펠탑은 파리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건물의 고층이나 옥상에서 보입니다. 특히 에펠탑이 있는 7구나 근처의 8구, 15구에서는 골목길의 각도만 잘 맞추면 에펠탑이 보이기도 하고요, 파리에 있는 공항들에서 착륙하거나 이륙할 때도 아주 잘 보입니다. 이렇게 종종 예상치 못하게 만나는 에펠탑이 파리 여행에서 괜히 반갑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스냅사진을 찍으러 그냥 따라갔던 어떤 골목에서 에펠탑을 만나보기도 하고, 구경하러 갔던 라파예트 백화점의 옥상에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올라갔더니 노을이 지는 파리를 배경으로 에펠탑을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파리에서 머무는 며칠 동안 에펠탑을 많이 봤음에도, 정작 에펠탑을 보러 간 적은 딱 한 번이고, 지금까지 파리에 머무른 시간들을 합해보면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지만, 정작 에펠탑에는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파리라는 도시와, 지금까지 파리에서 지냈던 시간들을 생각해 보면 에펠탑과, 여러 장소에서 무심코 만난 에펠탑을 떠올리는 걸 보면, 에펠탑은 파리 여행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때의 에펠탑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때의 에펠탑

     

    한 번은 파리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 밤에 에펠탑을 보러 샤요 궁에 갔었습니다. 레드 와인 한 병을 들고 말이죠. 겨울이라 공기는 차가웠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에펠탑이 잘 보이는 자리에 자리 잡아서 들고 간 와인 한 병을 따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와인을 마셨습니다. 대화 주제는 별 시답잖은 이야기였습니다. 대화가 끊긴 적도 많았고요. 하지만 그 순간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강렬합니다. 차가워진 몸은 와인에 담긴 알코올이 데워주었고, 끊긴 대화는 밤이라 더 화려하게 빛나는 에펠탑이 메워주었습니다.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삶의 중요한 기로에 섰었던 그때. 수많은 반발과 혹평을 들으며 태어나 이제는 당당히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 중 하나인 파리의 랜드마크로 자리한 에펠탑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다시 에펠탑을 방문했던 이번 여행. 에펠탑은 여전히 화려하게 빛났고 제 삶도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져 견고한 에펠탑처럼 많이 견고해진 상태였습니다. 파리에서 많은 음식들을 먹었고, 많은 예술 작품을 만났고, 수많은 예쁜 거리들을 걸었지만, 여전히 저는 파리라는 도시를 생각하면 그때의 에펠탑이 떠오릅니다. 제게 파리는 에펠탑으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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