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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 맛보기 크리스마스 마켓, 파리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8. 02:49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6 맛보기 크리스마스 마켓, 파리

     

     

    춥고 부족한 계절의 따스함

     

     

    겨울은 춥고 부족한 계절이지만, 그런 겨울 중에서도 따뜻한 날을 하나 꼽아보자면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12월이 되고 거리 곳곳에 빨간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장식들과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오는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살을 에는 바람과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무색하게도 마음속 깊숙이 따스함이 올라옵니다. 기독교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유럽 국가들의 크리스마스는 과연 어떨까요.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유무형의 것들 중 하나를 뽑아보자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 소상인들이 나와서 그 지역의 특산품들을 비롯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추운 날씨를 무색하게 만드는 따뜻한 뱅쇼를 비롯해 갖가지 물건을 파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겨울 내내 열리는 게 아닌, 12월 초에 시작해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문을 닫아버리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에, 크리스마스에 의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이 상업화되어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지역 소상공인의 느낌은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겨울의 추위를 날려버리는 따스하고도 들뜬 기분만큼은 변함없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시작했지만, 프랑스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의 주제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마켓인만큼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 중 하나인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갈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파리 곳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마켓을 애써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가볍게 루브르 박물관 앞, 튈르리 정원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튈르리까지

     

     

    화려한 샹젤리제 거리

     

    해가 지고 개선문에서 내려와 수많은 전구들로 밝혀진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중 하나로 꼽히는 샹젤리제 거리는 기존의 화려함에 더해 나무에 걸린 수많은 전구들과 매장에서 설치한 화려한 조형물들로 화려함의 끝을 보여줍니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잠시 들린 라뒤레에서 마카롱도 한입 베어뭅니다. 엄청나게 화려한 거리와 달리, 절제된 단맛과 쫀쫀한 식감의 마카롱이 대비되는 조화를 이룹니다.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보면 샹젤리제 마르셀 다소 로터리를 만납니다. 이 지점을 기준으로 화려했던 거리는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란 전구로 밝혀진 나무들이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샹젤리제 거리는 끝나고 콩코드 광장으로 들어섭니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 튈르리 정원을 조금 걷다 오른쪽으로 도니 튈르리 크리스마스 마켓이 눈에 들어옵니다.

     

     

    뱅쇼와 타르티플레트

     

     

    개선문부터 걸어온 탓에 조금은 추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가장 먼저 뱅쇼를 마십니다. 맛으로만 본다면 아주 맛있는 뱅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마시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들뜬 분위기의 한가운데서 마시는 뱅쇼는 맛있는 뱅쇼와는 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의 뱅쇼만의 느낌을 전해줍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먹는 또 다른 음식은 타르티플레트입니다. 감자와 베이컨, 치즈가 들어간 간단한 요리이지만 추운 겨울에 들어가는 꾸덕하고 따뜻한 타르티플레트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맛있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배를 따뜻하게 채운 후에 튈르리 정원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봅니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뱅쇼

     

     

    튈르리 정원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마도 가장 상업화 된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물건들도 대부분의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물건들인 경우가 많고요. 그럼에도 여기서 느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만의 따스하고 들뜬 분위기만큼은 진심입니다. 그렇기에 겨울에 파리에 방문하게 되면 으레 방문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접근성이 아주 좋은 것도 한몫하고요. 튈르리 정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손으로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 하나만 샀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었습니다. 이틀 뒤에 스트라스부르로 향할 예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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