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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우리 동네에는 콜마르 빵집이 있었다, 콜마르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16. 22:36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7 우리 동네에는 콜마르 빵집이 있었다, 콜마르

     

     

     

    챗 지피티와 스튜디오 지브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틸컷, image courtesy of https://cine21.com

     

    최근 챗 지피티(Chat GPT)를 이용해 미야자키 하야오 님의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으로 사진을 재생성해 주는 기능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지브리 스튜디오의 화풍이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어렸을 때 이웃집 토토로의 노래를 부르면서 자랐으니까요.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있습니다. 제게 이 애니메이션은 배경이 되는 동화 같은 분위기의 마을이 쏙 마음에 들었고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가 인상적이었지만, 오래 기억될 만큼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콜마르 브레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가 살던 동네 근처에 ‘콜마르 브레드’라는 빵집이 생겼습니다. 왜 이름을 콜마르라고 지었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사장님께서 프랑스에 콜마르라는 동화 같은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의 이미지가 사장님이 추구하는 빵집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콜마르라는 도시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사장님의 말처럼 예쁘고 동화 같은 마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 그 마을이 예전에 봤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무대가 되는 마을이라는 사실이 연결되며, 자연스레 콜마르는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마을로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콜마르를 들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도 당일치기로 가는 판에, 그 시간을 쪼개서 콜마르까지 가는 게 맞는지 말이죠. 하지만 어릴 적 동경했던 애니메이션의 무대, 그리고 아침마다 들려서 빵을 사 먹던 빵집의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 성인이 되어서 어릴 적에 동경했지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한두 개쯤은 꼭 해보잖아요. 마치 처음 돈을 스스로 벌고 그동안은 비싸서 먹지 못했던 비싼 과자를 마음껏 사 먹는 것처럼요. 그렇게 4시간이 살짝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콜마르 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너 시간 동안의 콜마르

     

     

     

    아침 8시에 파리 동역을 떠나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차를 갈아타 11시 20분 정도에 콜마르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콜마르 역을 출발해 콜마르의 예쁜 집들이 모여있는 콜마르 올드타운으로 향합니다. 올드타운으로 향하다 우연히 지나가게 된 샹드 마르스 공원에 작게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를 한잔 마십니다. 콜마르 올드타운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이 샹드 마르스 공원(Parc du Champ de Mars)에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습니다. 기다림 없이 회전목마 바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따뜻한 뱅쇼로 몸을 덥힙니다.

     

     

    본격적으로 콜마르 올드타운에 들어가자 금세 수많은 사람에 휩쓸립니다. 그럼에도 콜마르 특유의 동화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스크린으로만 봤던 알록달록한 목조 건축물들과, 그 사이를 흘러가는 작은 베니스라는 뜻의 쁘띠 베니스, 그리고 대표적인 고딕양식의 성당인 생마르탱 성당까지. 파리와 같은 대도시에서 볼 수 없는 작은 도시만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화려한 풍경이 제가 왜 그렇게 콜마르에 가고 싶어 했는지 설명해 줍니다. 사실 콜마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시즌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마을이기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도, 콜마르를 가로지르는 로슈강을 오가는 배를 타는데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알자스 지방의 전통 음식들 대신, 한편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대충 요기를 때워야 했고, 멈춰 서서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고 싶어도 수많은 인파에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지만, 그래도 콜마르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콜마르는 작은 마을이라 서너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후기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 말에 일부 동의합니다. 실제로 저도 4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올드타운을 충분히 둘러보았으니까요. 하지만, 콜마르에 갔다 오니, 올드 타운을 보기에 서너 시간은 충분할지 몰라도 콜마르라는 도시와 그 주변의 알자스 지방을 여행하기에 서너시간은 말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늦봄이나 초여름 시기, 또는 가을정도에 여유롭게 콜마르 올드 타운도 둘러보고 베코프, 슈크루트, 플람퀴슈와 같은 음식들도 맛보고, 알자스 와인 로드를 따라 한적한 알자스 지방의 도로를 달리며 오베르네(Obernai), 오르슈빌레(Orschwiller), 리크위르(Riquewihr)와 같은 작은 마을들과 와이너리를 들리며 와인도 맛보는 여유로운 3~4일 정도의 일정으로 와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여행은 결국 선택

     

     

     

    여행을 많이 다니며 깨닫는 사실은 여행은 결국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살면서 지구상의 모든 곳을 여행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결국은 본인에게 더 가치 있고 인상적인 여행지를 고를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모든 부분을 생각해 보더라도 콜마르와 알자스 지방은 살면서 한 번쯤은 다시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였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계획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스트라스부르로 향하는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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