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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파리에서 맛보는 맛있는 식재료, 파리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5. 5. 01:34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5 파리에서 맛보는 맛있는 식재료, 파리 미식의 도시, 파리
파리는 귀한 식재료를 구하기 쉬운 도시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가격이 착한 건 아니지만, 미식이 발달된 나라인만큼 좋은 식재료들이 모이고 좋은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확률도 높습니다. 미국과 비교해 보자면, 뉴욕 같은 경우는 부자들이 많고 미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전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지만, 제가 사는 텍사스의 경우에는 한번 먹어보고 싶어도 구하기가 힘들어 먹지 못하는 식재료가 꽤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까라비네로 새우를 그렇게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텍사스에서 구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어렵더라고요. 미식이라는 건 너무나 어렵고 미묘한 세계이지만, 그래도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경험하지 않으면 좁은 세상이 되어버리는 게 미식이기에, 파리에 온 김에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식재료들을 맛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걸 맛보고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
좋은 걸 맛보고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운 건 동네에 있는 올리브오일 공장에서였습니다. 이전에는 올리브 오일이면 그냥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사면 된다고만 알았기에, 동네 슈퍼에 가서 밑에서 두세 번째로 저렴한 올리브 오일을 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올리브오일 공장에서 올리브 오일에 대한 간단한 강의와 테이스팅을 경험한 이유로 올리브 오일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은 오일을 마셨을 때 목이 칼칼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올리브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올리브 오일의 맛과 향, 그리고 미국에서는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상표를 사용하는데 큰 제한이 없다는 사실까지 배우고 나서, 기존에 먹던 올리브 오일을 먹어보니 왜 그 올리브 오일이 두세 번째로 저렴한 올리브 오일인지 알겠더라고요. 그 이후부터는 좋은 올리브 오일을 먹으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그 오일을 이용해 만든 음식들까지 더 맛있어졌습니다. 올리브 오일에 대해서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 알고 나니 또 새로운 미식의 세계가 열리더라고요. 그다음부터 새로운 재료와 기존에 먹던 재료들보다 좋은 등급의 재료들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파리에서 먹은 푸아그라 파리에서 처음으로 먹었던 음식 중 하나는 바로 푸아그라였습니다. 푸아그라는 여러 가지로 논란이 많은 식재료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수요가 많은 음식이기도 합니다. 저는 비위가 아주 약하지는 않지만 생선의 비린맛을 선호하기 않기에 과연 푸아그라가 입맛에 맞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푸아그라는 파리 센강의 리버크루즈에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푸아그라에서는 약간 고기의 비린맛은 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고기의 누린내라고 하는 냄새들(돼지나 양 같은)은 거슬려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했고요. 질감은 부드러우면서도 크리미 했고 맛은 어릴 때 먹었던 돼지 간을 연상시키는 맛이었습니다. 아마도 리버크루즈 디너의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기에 좋은 푸아그라를 썼을 것 같지는 않지만 충분히 괜찮은 맛이었고 나중에 한번 좋은 푸아그라를 먹어봐도 좋겠다 싶은 경험이었습니다.
파리에서 먹은 캐비어 그다음으로 파리에서 맛본 식재료는 캐비어인데요, 위에서도 말했듯, 생선의 비린맛을 잘 견디는 편은 아니라 예전에는 캐비어를 먹고 싶은 생각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여행을 가기 얼마 전에 캐비어를 먹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캐비어를 혀에 올려놓고 입천장에 바른다는 생각으로 으깨먹으면 훨씬 캐비어의 맛을 잘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먹어보니 비린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캐비어가 가지고 있는 감칠맛이 잘 느껴졌습니다. 다만 이렇게 먹지 않고 그냥 입에 넣고 막 먹으면 비린 맛이 많이 느껴졌지만요. 파리에 간 김에 좋은 캐비어를 한번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라파예트 백화점 식품관(Galeries Lafayette Le Gourmet)에 있는 페트로시안 캐비어 매장에 갔습니다. 파리의 백화점에 있는 매장인만큼 가장 비싸다는 벨루가 캐비어부터 다양한 캐비어가 있었는데요, 저는 Caviar Ossetra Tsar Impérial 30g 한통을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약 90유로 정도였고요. 호텔에 와서 캐비어를 한번 맛봤는데요, 이전에 먹어봤던 캐비어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배운 대로 먹었더니 비린 맛은 거의 안 나고 게 내장에서 나는 종류의 감칠맛과 풍미가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저는 비리다고 게 내장도 잘 안 먹는 편인데 이 캐비어는 맛있더라고요. 아마 언제 이런 캐비어를 다시 먹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캐비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잘 각인을 시켰습니다.
파리에서 먹은 바게트와 버터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식재료는 바게트와 버터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바게트의 가격이 민심을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바게트를 주로 먹는 나라고 바게트 가격이 다른 음식들에 비해 많이 싼 편입니다. 어떤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척도로 저는 그 음식이 가장 저렴한 곳의 퀄리티를 따지는 편인데요, 프랑스에서 바게트는 그 어디에서 그 어떤 바게트를 어떤 가격에도 기본 이상은 하는 걸 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바게트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버터 또한 한국 분들이 프랑스에 여행을 오면 가장 많이 맛보는 식재료인데요, 실제로 프랑스의 버터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도 맛있다고 인정하는 버터이기도 합니다. 캐비어를 사 오면서 바게트와 보르디에 가염버터도 함께 사 와서 먹었습니다. 바게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나는 은은한 탄수화물의 단맛이 느껴지는 맛있는 바게트였고, 여기에 보르디에 가염버터를 얹어 먹으면 버터의 기름짐과 진한 유지방 맛에 소금의 맛이 바게트와 잘 어우러지는 파리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맛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르디에 버터는 기름지고 우유맛이 잘 느껴져서 선호하시지 않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그 우유 특유의 맛을 좋아하기에 제 입맛에는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진짜 파리에 살면 한주에 3번 정도는 아침으로 버터를 살짝 바른 바게트에 커피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더 먹어보고 싶은 식재료들이 많았지만, 파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또는 너무 비싸서 시도해보지 못한 식재료들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트러플이라 불리는 송로버섯이 있겠네요. 트러플도 백화점 식품관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kg당 가격이 거의 2000유로에 달해서 다음에 한 1000유로 정도 쓸 준비를 하고 와서 먹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요즘에는 트러플 오일도 많이 나와서 트러플이라는 식재료의 향이 아주 드물지는 않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트러플 오일의 향과 실제 트러플 향의 차이는 어마무시하다고 들어 언젠가는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1000유로로 생물 트러플을 사느니 차라리 생트러플이 들어간 요리를 먹는 게 쌀 수도 있겠네요.. 그 외에도 진짜 맛있는 잠봉이라던지, 제대로 된 프랑스 산 와인이라던지 진짜 맛있는 까망베르나 브리 치즈라던지, 여전히 시도해보고 싶은 프랑스의 식재료는 많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과 한번 시도해 본 것의 차이
사실 이런 식재료는 바게트나 버터와 같이 진입장벽이 낮은 것들도 있지만, 캐비어나 송로버섯처럼 엄청 비싼 것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어떤 분들은 이런 비싼 식재료를 사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분들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 또한 이런 비싼 식재료들을 자주 먹을 만큼 부자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대를 보내던 시절은 해외여행이 아주 활성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저도 많은 나라들과 도시들을 다니며 다른 문화와 세상에 대해 배웠고, 그 결과로 이제는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20대는 돈은 풍족하지 않았지만 없는 돈을 긁어모아 여기저기 다녔던 것처럼, 지금은 비싼 식재료들을 자주 사 먹을 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모아 새로운 식재료와 좋은 식재료들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과 한번 시도해 본 것의 차이는 크니까요. 여러분들도 파리에 한번 방문해 보신다면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식재료들을 한번 시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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