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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와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
    내 여행/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2025. 3. 20. 00:15

    오로라와 미술관과 크리스마스 마켓 - 11 와인의 나라 프랑스, 파리

     

     

    와알못

     

    저는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기껏 해봐야 5~6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 기간 동안 매일 와인만 마셨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좋은 와인을 마셨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끽해봐야 한 병에 $10~$15 정도 하는 싼 와인을 주로 마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와인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얘는 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 노파심 때문입니다. 즉, 저는 와인을 마시긴 하지만 그냥 싸구려 와인정도를 즐기는 와알못입니다.

    와인은 절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로 즐기는 다른 술들, 보드카, 진, 테킬라, 위스키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와인은 확실히 가성비가 나오는 술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한 병에 $50정도가 넘어가는 중가형 와인과 비교해봐서도 그렇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레이 구스 보드카나 런던 드라이 진 No 3, 돈 훌리오 레포사도 같은 술과 비교해보면, 이 술들은 각각의 주종에서 나름 아주 저렴한 주류들은 아님에도 한병에 $50이 넘지는 않습니다. 이 술들을 다 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와인 한 병을 비우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깁니다. 와인은 아무리 오래 마셔도 1주일을 채 가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보니 점점 비싼 와인은 사지 않게 되고 한병에 $10 내외의 와인들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향과 맛이 아주 좋은 와인들은 마셔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와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품종에 대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알 뿐이지만, 그럼에도 와이너리마다, 품종마다 달라지는 와인의 캐릭터를 맞추는 게 즐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식사와 곁들일 때 먹고 있는 메뉴와 딱 맞는 와인을 마시게 되면 행복하기도 하고요. 어쩌면 미래에는 와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좋은 와인들을 마셔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은 그저 와알못입니다.

     

    에어프랑스에서 만나는 파리

     

    핀란드 헬싱키에서 프랑스 파리까지는 에어프랑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파리와 만나는 공간은 샤를 드골 공항에 착륙했을 때가 아닌, 바로 에어프랑스의 항공기를 탔을 때였습니다. 비행을 좋아하는 제게 항공사는 그 항공사가 속해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되곤 합니다. 한국 항공사를 타면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쌈밥이 나오고, 일본 항공사의 국내선 항공기를 탈 때면 비프 콘소메 수프가 음료 서비스 때 서빙되기도 하고,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를 타면 마리메꼬 디자인의 냅킨에 블루베리주스를 무제한으로 주고, 미국 항공사들은 대부분 음료 서비스 때 소프트드링크는 뚱뚱한 캔을 캔 채로 건네는 것처럼요. 이런 면에서 에어프랑스는 와인에 아주 관대한 항공사입니다. 사실 유럽 내를 이동하는 항공편을 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내를 운항하는 항공 편들은 기내 서비스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항공편은 고급 이동 서비스라기보다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이동 수단에 가깝죠. 그래서 어쩌면 유럽 내 구간인 헬싱키에서 파리까지 이동하는 구간에서 기내식은커녕 음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에어프랑스는 이 구간에서 간단하지만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메뉴는 제게 프랑스란, 파리란 어떤 느낌인지 확실하게 알게 해 주었습니다.

     

     

    기내식으로는 간단한 잠봉뵈르 샌드위치와 마들렌이 제공되었습니다. 사실 이것부터가 굉장히 프랑스스럽긴 합니다. 프랑스 국민 샌드위치인 잠봉뵈르, 그리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마들렌이라니. 맛과 퀄리티를 떠나서 메뉴 선정부터 굉장히 프렌치스러운 느낌입니다. 당연히 음료 서비스 때는 레드 와인을 골랐습니다. 프랑스 하면 바로 와인이니까요. 승무원은 제게 종이컵과 더불어 187ml짜리 작은 와인병을 통째로 건넸습니다. 아마 술을 좋아하시고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제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솔직히 얼마 안되는 작은 병이지만 병을 통채로 준다는 건 아주 감동이니까요. 저는 와알못이긴 하지만, 제가 이 날, 에어프랑스 항공기에서 마신 와인은 그동안 비행을 하면서 마셨던 와인 중에 가장 맛있는 와인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프렌치스러운 분위기와 메뉴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날 느꼈던 느낌은 ‘에어프랑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에 들어가는 와인 하나도 허투루 고르지 않구나’였습니다. 어쩌면 이게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양식일 수도 있고요.

     

    가장 저렴한 것들의 수준



     

    파리 여행을 하면서 와인을 아주 많이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와인이나 샴페인을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셨으니까 부족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리고 그 와인들은 그동안 제가 마셨던 $10짜리 싸구려 와인보다 확실히 맛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와인들이 $50이 넘는 비싼 와인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호텔에서 웰컴 기프트로 병채 받은 것이거나, 식당 또는 라운지에서 잔당 6~8유로 정도에 파는 와인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와인들은 맛있었고, 확실히 프랑스는 와인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회에서 어떤 것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최고급을 봐야 하는 게 아닌,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것들의 수준을 봐야 하거든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저는 $10 짜리 싸구려 와인을 마십니다. 그럼에도 여행 후에 달라진 것을 꼽자면, 가끔씩 마트에 가면 한 병에 $30~40 정도 하는 와인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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