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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의 호주여행 12] 오페라하우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드니의 매력내 여행/9일간의 호주여행 2023. 1. 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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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처음 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여행 전 목적지의 Must-do 리스트를 항상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자유여행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유명한 장소들과 음식들을 큰 수고 없이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해외여행이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그런 유명한 곳들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해외여행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도시의 유명한 곳을 방문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유명한 장소들에 휩쓸려, 정작 그 도시가 품고 있는, 그 공간이 지닌 특별한 느낌들을 놓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3박 4일간의 짧은 시드니에서의 일정을 고민해보고 검색해보며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시드니 도시 안의 장소들 뿐만 아니라 시드니 근교에 있는 블루 마운틴과 같은 유명한 장소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행기간이기에, 그런 장소들만 돌아다녀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드니에서는 유명한 곳들을 찾아보는 대신, 마음 닿는 곳과 끌리는 곳에 발이 닿는 대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시드니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이나, 아시아권의 국가와 비교해봤을때, 세워진 지 오래된 도시는 아닙니다. 호주 원주민들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올라가지만, 시드니를 포함해 호주의 대도시들은 영국이 본격적으로 호주를 식민지로 삼은 18세기 후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시드니에 있는 건물들 중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봤자 200~300년 전 건물들이 대부분이니, 유럽의 도시들이나 아시아의 도시들과 비교해봤을 때 꽤 최근에 지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대륙의 대도시들은 대규모 전쟁의 무대가 된 적이 없기 대문에 오래된 건물들이 꽤나 잘 보존되어 있는 편에 속합니다. 제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는, 현대와 근대시대의 건축물이 잘 조화된 몬트리올인데, 호주 대륙의 시드니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드니를 대표하는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로 1950년대 후반 착공에 들어가 1973년 준공이 되었고, 준공 후에도 부분적인 건축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2020년대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저 예쁜 건축물 정도에 그칠 수 있겠지만, 이 건물이 처음 계획되고 디자인된 1950년대의 시대상을 생각해본다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제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가까이서 봤을 때는 생각했던 예쁘고 하얀 조개모양의 지붕 대신 누리끼리한 타일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타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타일이 아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위해 개발된 특수 타일입니다. 멀리서 볼 때는 하얀색이지만, 실제 타일 색은 아이보리색과 파란색입니다. 특히 오페라 하우스 투어 종류들 중에 이 타일들의 역사에 관련된 투어가 있을 정도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타일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1. 이렇게 흥미로운 타일들이지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저는' 부정하긴 어려울 듯합니다.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보고 '태양빛이 이 건물로부터 반사되기 전까지 태양은 자신의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지 못했다.'라고 할 만큼2 햇빛아래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그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합니다만,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맑은 날이 없어 이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시드니 중심 업무지구에서도 중심부에는 QVB라고도 불리는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이 있습니다. QVB는 1890년대에 빅토리아 여왕 즉위 50주년을 기념에 세워진 건물입니다. 준공 후에도 여러 번의 보수를 거친 탓인지 QVB의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준공 당시의 많은 디테일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막 12월로 들어갈 때여서인지, QVB의 중심부에 3층 높이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QVB내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있고, 중간중간에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있습니다. 복도에 놓인 이 카페들의 자리에 앉아 1800년대에 둘러싸여 커피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건, 햇빛이 따스한 오후, 프랑스의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햇빛을 맞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줍니다.
퀸 빅토리아 빌딩의 바로 옆에는 시드니 타운홀이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시드니 시청쯤 되는 건물입니다. 미국에서는 큰 도시는 City 작은 마을은 Town으로 부르고, City와 Town의 행정을 맡는 건물인 시청을 'City Hall'이라고 부르는데 비해 시드니는 오세아니아에서 가장 큰 도시임에도 'Town Hall'로 부르는 게 미국식과 영국식의 차이가 아닐까 짐작해볼 뿐입니다. 시드니 타운홀도 QVB와 같이 1800년도 후반에 지어졌으며 빅토리아 양식으로 사암을 활용해 지어졌습니다. 시드니 타운홀의 옆에는 시드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라꽃인 '자카란다'나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카란다나무는 시드니에서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 하는데3, 시드니 타운홀 옆의 자카란다 나무의 위치가 참으로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QVB와 시드니 타운홀로 오는 방법 중 달링하버 북쪽의 '바랑가루'라는 지역을 거쳐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드니 타운홀이 있는 지역은 꽤 오래전 개발이 된 지역이기 때문에 1800~1900년대의 건축물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면, 바랑가루 지역은 과거 시드니의 화물 운송을 담당하던 지역이 쇠퇴한 후 1980년대 이후 재개발된 지역으로 시드니에서 현대 건축물의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는 지역입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반대편에서 볼 수 있는 'Dawes Point'에서 바랑가루로 가는 길에는 시드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드니 하버 브리지가 있습니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는 시드니의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아치교로4 1930년대 초 개통되었습니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남쪽 아래에는 과거 시드니 하버의 방어요새였던 'Dawes Point Battery'가 위치해 있습니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이곳에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뿐만 아니라, 시드니 하버까지 탁 트인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이곳에는 뚜껑 없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는데 한 남성이 이 피아노로 서투른 연주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전문 연주가처럼 감미로운 연주는 아니었지만, 익숙하지만 이름 모를 그 연주곡은 시드니에서의 기억에 멜로디를 조금 얹어주었습니다.
Dawes Point Battery에서 나와 힉슨로드(Hickson Rd.)를 다라 바랑가루로 향합니다. 이곳에는 과거의 사용되었던 부두 위치를 활용한 호텔, 식당, 작은 갤러리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의 건물들은 붉은 벽돌로 마감되어 있어서인지, 힉슨로드를 따라 죽 걷다 보면 왠지 모르게 1900년대 초반의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시드니 하버의 옛 부두들을 지나면 바랑가루의 북쪽 끝인 바랑가루 리저브(Barangaroo Reserve)라는 공원을 마주합니다. 바랑가루 리저브는 원래 컨테이너 터미널로 사용한 매립부지가 있는 지역이었는데, 컨테이너 터미널이 들어가기 이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걸 목적으로 해 개발된 수변공원입니다5. 바랑가루 리저브를 중간지점 이상 지나면 본격적으로 바랑가루에 들어선 고층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롤렉스의 로고와 비슷하게 생긴 왕관이 붙어있는 건물은 크라운 타워 시드니로 고급 호텔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사무실과 주상복합으로 이용되는 건물인 인터내셔널 타워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건물 사이에는 하이테크 건축의 대가라고 불리는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원 시드니 하버6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사실 인터내셔널 타워도 하이테크 건축으로 유명한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했고7, 크라운 타워도 영국의 유명한 건축사무소인 윌킨슨 에어 아키텍처에서 설계한 건물8입니다. 이 정도면 사우스 바랑가루는 최신 도시재생 프로젝트에서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지역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보면 화분을 모티브로 만든 것 같은 건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바랑가루 하우스 건물로 인근의 쭉쭉 하늘로 뻗어있는 고층 건물과 대비되어 더 눈에 띄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에는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는데 화분 같기도, 다르게 보면 접시가 포개져 있는 모양 같기도 한 이 건물과 레스토랑이 잘 어우러진 느낌입니다. 이 건물 또한 다양한 건축물 상을 수상한 건물입니다9.
바랑가루를 지나쳐 다시 시드니 중심업무지구로 들어오면 100년도 넘은 옛 건물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이런 오래된 건물들은 현대적인 빌딩들 사이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존재감을 뽐냅니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는 시드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드니 타워 아이도 보입니다. 시드니 타워 아이까지 보이면 곧 QVB(퀸 빅토리아 빌딩)과 시드니 타운홀입니다.
QVB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까지 시드니 중심업무지구를 관통하는 거리는 밤에는 낮과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뽐냅니다. 새벽 4시 30분에 길을 나섰음에도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드니 타운홀과 QVB의 외벽과 크리스마스 장식, 조명들이 합해져 색다른 매력을 뿜습니다.
특히 QVB에서 Circular Quay까지 이어지는 George St. 에는 100년 정도는 되어 보일 것만 같은 많은 건물들이 있습니다. 밤거리를 무서워하지 않으시고 이런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George St. 을 밤에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드니 도심만 구경하기에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3박 4일의 일정이었지만 시드니에 대한 인상을 남겨가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진 시드니가 단순히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도시로만 알려지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들과는 또 다른 시드니만의 느낌이 한동안은 그리울 것 같습니다.
1 에클랏코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알고도 몰랐던 "타일이야기", last modified June 16, 2017,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howeclatkorea&logNo=221030365284.
2 곽근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Sydney Opera House", accessed January 7, 2023, http://sound.or.kr/bbs/view.php?id=music4&no=58479.
3 에스더, "[호주 자카란다] 호주의 봄을 알리는 보라색 꽃(Jacaranda) + 시드니,NSW 크라프톤 자카란다 축제", last modified October 9, 2016, https://m.blog.naver.com/aminoa22/220831835718.
4 "시드니 하버 브리지", Wikipedia, last modified November 20, 2022, https://ko.wikipedia.org/wiki/시드니_하버_브리지.
5 박영우 건축가, "바랑가루 도시재생, barangaroo urban renewal, sydney, australia, 2005-2024", last modified September 16, 2022, https://m.blog.naver.com/ywpark5293/222876320707.
6 "About Architecture by Renzo Piano. One Sydney Harbour", Landlease, accessed January 7, 2023, https://www.onesydneyharbour.com/about/architecture.
7 Michael Bleby, "Build tall close to water: Barangaroo a model, architect Richard Rogers says", Financial Review, last modified December 7, 2016, "https://www.afr.com/property/build-tall-close-to-water-barangaroo-a-model-architect-richard-rogers-says-20161207-gt5px3.
8 "WilkinsonEyre wins Crown Sydney Hotel Resort Competition", WilkinsonEyer, accessed January 7, 2023, https://www.wilkinsoneyre.com/news/wilkinson-eyre-wins-crown-sydney-hotel-resort-competition.
9 "Barangaroo House", Collins and Turner, accessed January 7, 2023, https://www.collinsandturner.com/architecture/barangaroo-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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